남 설
Nam Seol
"너 자신에 대해서 설명해봐.”
“유감스럽게도 나는 자신을 설명 할 수 없어요.” 앨리스가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당신이 아는 내 자신이 아니에요.”
- 루이스 캐럴 Lewis Carrol
Where am I
2022,53 x 45.5, Oil on canvas
남 설 작가는 '선과 악', '추와 미', '여성과 남성' 등 이분법적으로 나눠 놓은 것을
한 몸이라 여깁니다.
이들을 나누면 꼭 반대인 한 쪽을 부정하는 듯이 느껴지기에
남 설 작가는 어느 쪽도 부정하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이러한 것들은 한 몸이었을 때 혼란을 야기시킬 것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그 혼란과 불규칙, 불안정함과 불분명함을 사랑하고, 슬퍼합니다.
그녀의 작업은 주로 배경과 인물의 모호한 경계,
웅크리고 있는 무언가를 가리고 있는 자세,
어딘가를 응시하는 눈,
맞잡은 듯 잡지 않은 손,
숨어있지만 자신의 존재를 완벽히 숨기지 않는 그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양면성과 그 사이의 애매모호한 것들을 동시에 나타내려다 보니
무엇 하나 정확한 부분이 없지만
보여주고 싶어도 알 수 없는 부분은 가릴 수 밖에 없고,
나타내고 싶어도 나타낼 수 없는 부분은 어둠으로 덮히거나 흐려졌습니다.
추(醜)를 나타내고 싶었기에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꺼려하는 소재를 넣었지만
작가가 제일 잘 표현할 수 있는 인체의 곡선을 사용하여 미(美)를 표현했습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어느 한 쪽도 중요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다."
개인, 가족, 타자 그리고 관계에서 시작된 남 설 작가의 작업은 문화, 시대, 세계로 확대되었습니다.
세계는 모든 것이 섞여있었습니다.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이상한 나라처럼 ···
그곳은 코스모스의 질서와 카오스의 혼돈이라는 이분법을 넘어선
카오스모스(Chaosmos) 세계입니다.
새로운 의미와 질서가 계속적으로 일어나는 장소이며,
한계 지어지지 않은 생성을 반복합니다.
지금 우리도 정의와 가치가 수시로 전복 되는 세계에서 헤매고 있습니다.
혼돈, 섞임, 알 수 없다는 것은 불안을 불러일으킵니다.
불안의 형태는 다양하겠지만 남 설 작가의 불안은 '꿈(dream)' 으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불안으로 인한 불면은 매우 괴롭지만 꿈을 꾼다는 것은 큰 기쁨이라고도 하는데,
꿈이야 말로 진정한 카오스모스의 세계이기 때문입니다.
그곳은 해방의 공간이기도 하며,
고립의 공간이기도 합니다.
혼돈으로 인한 불안감으로 꿈을 꾸는데,
그 꿈 또한 혼돈의 세계라니?
작가는 언제나 도망치고, 언제나 돌아옵니다.
결론지어지지 않는 반복을 되풀이합니다.
그 반복이 매번 같은 반복은 아닐 것이라는 점이
작가에게는 작은 위로가 된다고 합니다.
* 카오스모스 : 질서와 혼돈이 기묘하게 결합된 복잡한 질서의 세계